아서 쾨프케의 1962년 작 〈일하는 동안의 음악〉을 1963년 뒤셀도르프 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페스텀 플럭소럼 플럭서스: 음악과 반음악, 기악 극장》에서 공연하는 모습이다. 쾨프케는 레코드판의 첫 부분 몇 바퀴만 빼고 나머지 트랙에 흠집을 내거나 풀을 잔뜩 칠해 놓았다. 재생시키면 처음 몇 분 정도만 제대로 트랙 위를 돌다가 이내 판이 튀거나 트랙을 건너뛰거나 긁히는 소리를 내다가 전축은 꺼져 버린다. 공연자들은 재생이 시작되면 ‘바닥을 청소하기’처럼 각자가 선택한 어떤 행동을 하다가, 바늘이 레코드 판에 붙거나 홈에 갇혀 재생이 중단되면 하던 행동을 멈춘다. 그리고 턴테이블에 먼저 도착한 공연자가 바늘을 다시 첫 번째 트랙으로 리셋하면 각자의 행동을 재개한다. 공연자 중 한 사람이 예정된 임무를 다할 때까지 이러한 과정을 반복한다. 백남준은 자신의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에서 선보인 〈총체 피아노〉(1963) 중, 쾨프케의 〈닫힌 책들〉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아서 쾨프케를 위한 피아노”라 부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