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곡을 1954년 도쿄에서 썼다〉는 백남준이 대학교 새내기 시절 작곡한 곡을 바탕으로 한다. 144개의 음표로 구성한 하나의 악장을 바탕으로 연주하는 곡이다. 이 곡을 1994년 작품에 반영한 것인데 18세기에 제작한 앤티크 음악 장치가 재생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악장을 다시 1950년대에 생산한 텔레비전의 화면에 나타나게 했다. 스크린 위에 나타난 몽롱한 이미지는 회전하는 뮤직 박스의 기계장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실제 기계장치가 아니라 텔레비전 내에 설치된 카메라에 의해 실시간으로 포착되어 투사한 이미지이다. 백남준은 현대적인 전자적 이미지를 우리에게 오래되었지만 친근한 텔레비전과 뮤직 박스의 전통과 결합하고, 이를 통해 초현실주의, 시, 그리고 다소간의 과장이 뒤섞인 대상을 창조한 것이다. 과거와 현재, 백남준이 작품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미래를 하나의 모니터 속에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