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이 탐독한 『벽암록(碧巖錄)』의 시구 2편을 직접 필사한 것이다. 『벽암록』은 중국 당나라에서 송나라 시대에 걸친 선승들의 대표적인 이야기 100개를 엄선한 화두집으로 동아시아 선불교의 지침서이자 그 문학적 가치로 높게 평가 받는 책이다. 백남준이 필사한 대목은 제18칙 혜충 국사의 무봉탑, 제37칙 반산화상의 삼계무법이다. 백남준은 1950년대 초 도쿄대학교 재학 시절 선불교의 본산인 가마쿠라에 살았고, 독일 유학 시절에는 마리 바우어마이스터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선문답에 대해 가르쳐줄 정도로 이에 해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