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머추너스가 1964년 기획한 ‘플럭스키트’ 개념에 따라 플럭서스 작가들은 작은 오브제나 인쇄물을 사용해 사용자가 게임처럼 실행해볼 수 있는 멀티플 에디션 키트를 제작하였다. 이 키트들은 소형 서류가방에 함께 담겨 판매되기도 했는데, 백남준의 「실험 TV 전시회의 후주곡」(1964)이 실렸던 플럭서스 신문 제3호 『FLuxus cc fiVe ThReE』에 광고가 게재되면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 키트는 제프리 헨드릭스의 〈플럭스 유물함〉이다. 7개의 칸으로 구분된 상자 안에는 종교적 유물처럼 보이는 물체들이 담겨 있고 이를 기술하는 명제표가 각각 붙어 있다. 부러진 볼펜의 촉, 푸른 색 전선 묶음, 캡슐에 담은 손톱, 건조된 변이 담긴 사각 상자, 캡슐에 담긴 조약돌, 캡슐에 담긴 작은 놋쇠 못들, 녹은 상태의 노란색 플라스틱 조각이다. 각 명제표는 다음과 같다. 1. 몹스에스티아의 테오도르가 네스토리우스의 오류를 적을 때 사용한 펜, 2. 가롯 유다가 목을 매달 때 사용한 노끈, 3. 칼케돈 공의회에서 자른 그리스도 단성론자들의 손톱, 4. 최후의 만찬을 한 자들의 성스러운 대변, 5. 세인트 제임스의 아들을 죽인 마지막 돌, 6. 세인트 앤드루스 십자가에서 나온 못들, 7. 지옥불의 열기 때문에 사탄이 흘린 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