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의 화면조정 색상표처럼 그린 배경 위에 한자로 쓴 내용이 더해졌다. 백남준의 회화나 드로잉에는 문자도 회화적 요소로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데, 이 작품에는 오른쪽의 색상 막대부터 빼곡히 채워 나가며 다음과 같은 한자들을 써내려 갔다. 견줄 비(比), 클 태(泰), 쌓을 축(畜), 스승 사(師), 용납할 용(訟), 하늘 건(乾), 땅 곤(坤), 창성할 창(昌), 쓰일 수(需), 터럭 모(毛), 밟을 리(履), 집 가(家), 집 호(戶), 사람 인(人), 나라 국(國), 낄 개(介), 이룰 성(成), 일만 만(萬), 작을 소(小). 대부분 주역의 상경에 해당하는 글자로, 순서를 섞어가며 궤들을 적었다. 마치 어떤 코드처럼 반복, 조합되는 글자들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역을 해독하는 방식으로 뜻풀이를 시도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