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3월 독일 부퍼탈의 갤러리 파르나스에서 열린 백남준의 첫 번째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을 만프레드 몬트베가 찍은 사진이다. 이 전시의 한 부분은 고전 음악의 상징인 피아노 네 대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연주’되도록 장치된 〈총체 피아노〉였다. 그 중 한 대는 현이 모두 노출된 채 뒷면이 바닥에 닿도록 눕혀져 있어 관람객이 그 위를 걸어가며 발로 연주할 수 있었고 대패질과 망치질이 가해지기도 했다. 또 다른 한 대는 일명 “아서 쾨프케를 위한 피아노”로, 쾨프케가 〈닫힌 책들〉에서 책의 페이지들을 풀로 붙여 읽을 수 없게 만든 것처럼 백남준은 피아노 현 부분에 널빤지를 넣고 닫아서 건반이 눌리지도 않고 현도 진동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나머지 두 대는 전면 케이스를 떼어내고, 인형 머리, 호루라기, 뿔피리, 깃털 장식, 철조망, 숟가락, 동전 더미, 잡동사니 장난감, 사진, 브래지어, 아코디언, 최음제, 전축 팔, 맹꽁이자물쇠, 분리된 건반 지렛대 등 각종 물건들을 장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