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3월 독일 부퍼탈의 갤러리 파르나스에서 열린 백남준의 첫 번째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에서 만프레드 몬트베가 찍은 백남준의 초상 사진이다. 〈총체 피아노〉가 설치돼 있던 현관 홀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난간이 빙 둘러 있어서 들고 나는 사람들과 홀의 동정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계단에는 칸마다 플라스틱 병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어서 밟으면 찌그러지면서 소리를 냈고, 놓여 있는 전화기로 통화 혹은 대화도 가능했다. 이밖에 여러 “소리 나는 오브제들”이 놓여 있던 계단참은 관람객들을 비롯해 백남준과 직원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전시장을 둘러보기에 좋은 장소였다. 백남준은 자유롭고 즉흥적인 참여와 정밀하고 복잡한 조율을 병행해야 했던 자신의 전시를 특유의 여유롭지만 세심한 태도로 지휘했다. 사진 속 백남준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과 계단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의 대비되는 표정에서 이러한 복합성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