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소장하고 있는 백남준 작가의 대표 작품 50점을 선별하여 해설과 함께 실은 『백남준아트센터 소장품 하이라이트』를 발간한다. 2008년 개관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소장품 선집이다. 1959년 백남준이 공연하여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퍼포먼스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의 기록 사진부터 2001년에 제작된 대형 설치 작품 <코끼리 수레>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40여년에 걸쳐 선보였던 주요 작품들을 시대 순으로 실었다. 백남준 작가에 대한 개설서는 여러 차례 제작된 바 있으나, 백남준의 작품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을 담은 책이 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자들은 『백남준아트센터 소장품 하이라이트』를 통해 백남준이 일생에 걸쳐 펼쳐보였던 창의적인 예술 활동의 일면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개관 이래로 꾸준하게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수집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2008년 개관을 기해 백남준 스튜디오로부터 직접 들여온 작품들이 백남준아트센터 소장품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그밖에 만프레드 몬트베, 만프레드 레베, 에릭 안데르시, 마리 바우어마이스터 등의 여러 소장자로부터 백남준과 관련한 다양한 작품들을 수집해 소장품의 범위와 깊이를 더했다. 이후로도 백남준아트센터는 소장품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고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수집과 연구 활동을 해왔다. 특히 지난 2018년부터는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수년 간 중단되었던 소장품 구입이 재개되면서, 분명한 계획과 목적성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소장품을 수집하는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백남준아트센터 소장품 하이라이트』에 수록된 백남준아트센터의 소장품들은 사진·조각·설치와 같은 고전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백남준의 전위적 퍼포먼스와 협업 정신, 전자 회로부터 레이저까지를 넘나드는 매체에 대한 탐닉, 기술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사유 등이 담겨 있다. 만프레드 레베의 사진은 1950-60년대 백남준과 동료들이 펼쳤던 퍼포먼스의 장면들을 생생하게 담고 있으며, 만프레드 몬트베의 사진은 1963년 백남준 예술 세계의 개막을 알렸던 기념비적인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의 면모를 상세하게 묘사한다. <TV 부처>, <TV 정원> 등의 작품은 1970-80년대 백남준이 텔레비전을 매체로 수행했던 다양한 예술적 탐구의 양상을 보여주며, <삼원소>에 이르러서는 1990년대 백남준의 매체에 대한 관심이 레이저로까지 뻗어나갔음이 드러난다. 그밖에도 백남준의 다방면에 걸친 창조적 예술 세계를 『백남준아트센터 소장품 하이라이트』 수록 작품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품의 해제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서 학예연구원으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연구 역량을 쌓은 필자들이 맡았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과 이수영, 이유진 큐레이터로 구성된 세 명의 필진은 백남준아트센터가 개관한 이래로 힘써 이루어 온 그간의 연구의 성과를 『백남준아트센터 소장품 하이라이트』에 충실하게 담아냈다. 각각의 필자는 작품의 미술사적 배경과 가치, 작품에 담긴 백남준의 의도 등을 상세하게 서술하며,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백남준의 예술 인생 전반을 돌아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풍부한 도판과 각주로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문가도 참고할 수 있게 하였으며, 전체 내용은 영문을 병기하여 책을 접하게 될 외국 독자 또한 고려하였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 구현’을 그 미션으로 삼고 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소장품이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김성은 관장이 책의 서문에서 백남준아트센터의 소장품이 “현재라는 동시대의 관점에서 과거와 미래를 조율하는 중책”을 지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이번 『백남준아트센터 소장품 하이라이트』 발간은 백남준아트센터의 소장품에 생명력을 불어 넣기 위한 중요한 첫 발걸음이다. 독자들이 『백남준아트센터 소장품 하이라이트』를 통해 백남준의 예술과 사상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