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이상》은 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을 동시대 미국과 유럽을 뒤흔들었던 반문화의 흐름 속에서 재조명하는 전시로 백남준이 비디오아트에 담아내고자 한 새로운 소통의 비전을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뜨겁고 격렬했던 시기로 불리는 1960년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동서 냉전의 대립 속에서 형성된 상반된 가치가 서로 충돌하던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탄생한 반문화 운동은 냉전이라는 억압적 정치 상황에 대항하는 정치적 운동이면서 동시에 기성 가치에 대한 젊은 세대의 전면적인 반대 운동이었다. 특히 백남준이 활동했던 1960년대의 미국 사회는 서구 문명에 대한 반성이 확산되면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기성 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 운동이 들끓던 시기였다. 변혁운동의 새로운 주체였던 이 1960년대의 젊은이들은 대량생산 시스템에 의해 확산된 상품화의 첫 수혜자들이자 텔레비전과 같은 뉴미디어에 의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만들어간 매스미디어의 아이들이었다. 신좌파와 히피 운동을 아우르는 반문화의 주체들은 기술 관료의 문화를 철저히 거부하며 기존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자 하였고 인간적인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는 모든 곳에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였다. 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이 보여준 급진성의 이면에는 반문화의 조류 속에서 탐색한 새로운 세대의 비전이 존재한다. 이제 막 상품화와 자동화의 시대로 빨려들던 동시대인을 향해 내린 긴급한 처방이 바로 비디오 아트였다.
이번 전시는 1963년, 텔레비전의 내부 회로를 조작해 시청자의 참여로 완성되는 13대의 ‘실험TV’를 만든 백남준이 어떻게 해서 1970년대 방송용 비디오를 제작하고 1980년대 위성 TV쇼를 제작하게 되었는지를 추적하는 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 ‘지속적인 진화를 위한 불만’의 실행도구이자 ‘반기술적 기계’였던 백남준의 ‘실험TV’는 어떻게 동시대 ‘반문화’와 호흡하며 진화해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