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datum은 라틴어에서 “주어진 것”이란 뜻이다. 우리가 흔히 복수형인 데이터data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이 ‘데이텀’에 감각중추를 뜻하는 센소리아sensoria를 조합하여 만든 것이 ‘다툼소리아’이다. 이 조합어를 고안해 낸 큐레이터 장 가(Zhang Ga)의 말에 따르면, 다툼소리아는 정보화 시대에 내재한 새로운 지각공간을 의미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여 설명한다.
“(다툼소리아는) 그 내재성의 평면이 유(類)적인 1과 0들로부터 나오고 형상과 형태가 경화된 이진법적 자극의 가상적 힘에 입각한 현실인 새로운 실재의 논리를 나타낸다. 재현의 결과로서의 실재 또는 초현실로서의 실재에 있어서의 모든 역경에도 불구하고 실재는 가장된 가상성이다. 실재는 발생으로서의 유적 존재이고, 발생 혹은 창조의 원리이다.”
다툼소리아가 주는 가능성과 상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빌헬름 플루서가 말했던 0차원으로 돌아가 보자. 플루서의 0차원의 세계는 텍스트의 1차원적인 세계 이후에 오는 것으로 디지털 이미지로 인해 비트의 단위로 분해된 탈문자의 시대를 말한다. 플루서는 이러한 디지털 이미지를 기술적 이미지라고 부르는데, 그가 제시하는 기술적 이미지의 특징은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어느 공간으로나 침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적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인간으로서, ‘이미지 창조자’라는 새로운 지위를 획득한다. 우리가 정교하고 수준 높은 3D 애니메이션을 보고 마치 진짜 같다고 감탄 하듯이, 인간은 시공간의 제약을 무너뜨리고 완전히 새로운 현실을 창조할 수 있다. 이것이 허구이고 가상이라고 해서 가치를 지니지 않는 것이 아니다. 플루서가 보기에 ‘디지털 가상’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이유는 디지털 이미지가 만든 공간을 하나의 만들어진 세계로 보는 데 있다. 즉 거짓과 눈속임이 끼어들 수 있는 만들어진 세계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플루서는 오히려 가상이 지닌 피상성을 예찬하며, 실재가 지니는 가상성을 인정하고 가상이 실재가 되는 현상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가족들과 밥을 먹으면서도 몇 번씩이나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고 가상의 세계에 접속했다가 탈속한다.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서 시간성과 공간성은 이미 어떠한 제약도 되지 못한다. 스마트폰은 비현실적일수록 즉 재현하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현실에 가까울수록 현실과 가상 사이의 좋은 인터페이스로 평가 받는다. 이미 가상과 실재는 혼종의 과정에 있으며, 그 어느 것이 우위에 있고 더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지각 체계와 의사소통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러한 변화와 단적일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아직 명확하게 기준을 세울 수 없다. 그러나 예술은 이미 이 변화를 오래 전부터 감지하고 혼종화를 진행해왔다. 예술에서 미리 감지한 이 변화가 우리의 현실에는 이미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