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시작된 플럭서스 운동은 다른 예술운동과는 달리 하나의 장르에 머물지 않고 매우 유동적이며 확장적인 태도를 취했다. 플럭서스 작가들은 예술 분야의 병렬식 경계를 넘나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장르 간의 경계 공유를 통해 상보적이고 더 나아가 융합적인 무경계 예술을 실험하였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인터미디어 극장≫은 이러한 인터미디어적인 속성에 주목하여 백남준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다.
서구 모더니즘 운동의 기초 동인은 과학의 발전이었고 ‘과학(Science)’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분리하다’라는 개념에서 유래했다. “혼돈 속에 놓여 있는 사물은 분리되고 구별되어야 한다.”는 토마스 홉스의 말처럼 서양은 모든 대상을 분리하고 객체의 속성이 지닌 본질을 밝히려 하였다. 이러한 서양의 과학적 사고방식을 통해 인류는 지식을 축적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항상 변화하는 비결정성의 세상 만물을 합일론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한계도 끊임없이 인지되어 왔다. 이는 예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술 장르를 구별하고 각각의 장르의 특성을 극대화하였던 기존 예술의 방식은 플럭서스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도전의 대상이 되었다. 그들은 인터미디어 속성으로 예술을 다시 융합, 확장하고자 했다. 플럭서스는 그 이름처럼 장르와 장르의 벽뿐만 아니라 예술과 삶, 작가와 대중 간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려는 커다란 흐름이 되었다. 백남준 역시 인터미디어의 속성을 자연스럽고 무의식적으로 실천했던 작가이다. 그에게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모호했다. 매일의 삶이 퍼포먼스였으며 어디든 그가 머무는 곳이 무대가 되었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인터미디어 극장≫은 플럭서스 그룹의 탈장르적 예술 운동과 함께 백남준만의 인터미디어 영역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인터미디어를 뛰어넘어, 다양성, 융합, 전지구성으로 대변되는 현재의 사회문화 현상까지 예견하고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백남준의 예술세계가 지닌 위대함이 본 전시를 통해 전달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