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과학자들이 지금을 인류세로 정의하는 가운데 우리는 꼼짝없이 기후변화와 환경위기라는 후기 자연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자고 나면하나씩 생겨나는 쓰레기산, 플라스틱과 방사능으로 오염된 바다와 사막화된 땅은 우리의 자연이자 일상이 된지 오래이다. 지구 절멸이라는 예언은 이제 더 이상 SF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매일의 밥상과 출퇴근길에 흡입하는 미세먼지로 스며들어 우리의 삶을 재규정한다. 우리는 심각함을 느끼면서도, 인간 종의 지속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땅 아래 묻는 지구사용법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구 서식자의 최상위층에 위치한 인간은 자본화된 플랫폼을 통해서 정보를 습득하고 미디어가 제한하는 시공간을 살아가며 주어진 감각만을 소비할 뿐이다.
《생태감각》은 이처럼 편향된 감각을 가진 최상위 포식자 인간에게 지구의 미래를 맡겨두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인간이 자신을 포함한 지구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 가져야 할 생태학적 전망은 과연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전시이다. 최근 우리사회에 공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이처럼 황폐해진 지구자원이 공통의 자산이라는 자각이 시작되었기 때문으로, 이는 인간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이기도 하다. 전시에 초청된 작가들은 지구 시스템을 조정해 온 인간의 과도한 권한에 의문을 제기하고 지구 서식자와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생태적 니치Ecological Niche’의 변화를 제안한다. 생태적 지위로 번역되는 이 용어는 특정 장소에서 한 종이 살아가는 데 영향을 주는 물리적 환경 조건들의 총합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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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은 1960-70년대 반문화운동의 시기, 청년들이 실행한 공동체 실험에 주목하며 젊은이가 젊은이에게서 배우는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그는 기술혁명이 있는 곳에 새로운 세계관과 삶의 형식이 필요함을 간파하였고 이를 녹색혁명이라 칭하며 그 자신도 미디어 생태학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백남준의 생태학적 비전은 인간 행동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낙관적인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당신과 우리가 함께 인류세의 시대를 통과해 나갈 수 있을지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응답해주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