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
1. 작가님과 작품 활동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미술계 언저리를 맴돌며 알바를 하고 근근이 작업도 합니다. 저는 사회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또한, 이미지가 생산, 소비되는 형태와 맥락,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일상의 풍경을 어떻게 변화하게 하는지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이러한 관심이 작업에서는 동시대의 문화적 현상에 대한 해석으로 드러납니다. 저는 작업을 통해 비판하고자 하는 동시대의 문화적 현상을 오히려 코스프레 함으로써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낯설고 부자연스럽게 하는 효과를 얻고자 합니다.
2.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는 프로젝트의 이름에 걸맞게 작가에게 전에 없던 자율성을 부여합니다. 작품의 주제, 제작 과정뿐만 아니라 작품을 언제,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도 작가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이는 기존에 작가가 가지고 있던 한계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합니다. 또한, 기존에 작가가 유지해오던 작업 방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3.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가속화된 시청각 미디어를 활용 혹은 차용해서 우리 사회의 재난과도 같은 모순을 사회의 시스템을 비틀어 드러내는 작품을 보여주시는데요. 백남준이 당시 급변하던 시청각 매체의 언어 그리고 매체의 생산/유통/소비 시스템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했던 지점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백남준 작가와의 개인적인 혹은 예술적인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저는 사회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지만, 작업을 통해 사회,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백남준과 같이 일상에서 접하는 특별할 것 없는 이미지와 미디어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작업을 하며 그것을 미술관 안으로 가져다 놓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관객이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상상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작업의 효과가 사회적이거나 정치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참여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미술은 언제나 시간을 상대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대라는 자기반성적 시간의 붕괴 이후 미술이 새로운 감각을 창안하거나 구체적인 미래의 상을 제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작가는 시대의 분위기를 재현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재현의 과정이 오늘의 현실에 깃든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미술이 지녔던 비판의 가능성은 아직 유효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장면은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클리셰로 이어집니다. 화면 속의 인물은 걷거나 뛰거나 운전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 몸짓은 착시일 뿐입니다. 풍경은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서 반복됩니다. 오늘의 몸짓은 내일을 구성하는 몸짓이 되지 못한 채 오늘의 풍경이 반복되는 것을 추동할 뿐입니다.
5.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참여 이후 진행하셨던 작품 활동과 향후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작가로서 작업을 통해서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시대의 분위기, 정조, 징후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오늘날 현실에 깃든 모순을 드러낼 수 있다면, 관객이 그것을 통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부자연스럽고 낯설게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앞으로도 미술계 언저리를 맴돌아볼 생각입니다.
6.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와 관련해 공유하고 싶으신 의견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요?
이와 같은 프로젝트는 미술관의 전폭적인 지지를 전제로 합니다.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가 오랫동안 지속하길 바라며 그 이름에 걸맞게 작가에게 주어지는 자율성이 축소되지 않기를 바랍니다.